출처: 이미지 생성 AI 'DALL·E'

[이명자 칼럼] “읽는 힘을 넘어 해석하는 힘 길러야”

①  문해력 너머 세상을 읽는 문식력

이명자 칼럼리스트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우리 아이들, 어떻게 비판적 사고의 힘을 키울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원격 수업과 비대면 학습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크게 달라졌고, 이에 따라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문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긴 글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졌다며 깊은 걱정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유튜브, 틱톡, 쇼츠 영상 등 짧고 강렬한 콘텐츠로 가득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 글보다는 이미지, 사진보다는 영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문해력에만 집중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문해력을 넘어선 문식성(Literacy)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문식성(Literacy)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식성이란 글뿐만 아니라 사진, 그래프, 표, 영상, 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며(underlying meaning)을 정확히 파악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해, 현대 사회에서는 단순한 문자 해독 능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세상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미디어, 데이터, 시각 자료를 섬세하게 해석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출처: 이미지 생성 AI ‘DALL·E’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먼저, 영상 속 정보는 과연 사실일까요?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며 확증 편향을 강화합니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정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정보가 객관적인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관점을 유도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SNS 속 이미지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SNS에는 강렬한 이미지와 짧은 문구로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프레임, 색상, 편집 효과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특정한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읽는 능력’보다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글을 읽을 줄 아는 것과 그 글이 담고 있는 정보의 의도를 분석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글만 읽을 줄 알아서는 안 됩니다.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다양한 매체를 읽어내는 문식성을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문식성을 기르기 위한 기초적인 방법

첫째, 영상과 미디어를 독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감각적인 연출 뒤의 진실을 파악하려고 시도하세요. 유튜브 영상에서 ‘이 방법을 따라 하면 부자가 된다’는 제목을 본다면, 우리는 이 영상이 실제 성공 사례인지 과장된 편집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둘째, 이미지나 사진 읽기를 제대로 하여 감정에 속지 마세요. 뉴스에서 재난 사진이 확대될 때 우리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사진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기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감정이 달라질 것입니다.

셋째, 표와 그래프를 읽을 때 숫자에 현혹되지 마세요. 숫자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배치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50% 증가했다’라는 뉴스 기사를 보면, 단순히 숫자를 받아들이기보다 기준이 무엇인지, 어느 기간을 비교했는지, 표본 수가 충분한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문식성은 단순한 읽기 능력이 아닙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문식성은 전두엽(비판적 사고), 시각 피질(시각 자료 해석), 변연계(감정과 기억의 처리)가 협력하여 작동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심리학적으로도 문식성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편향을 인식하며 객관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능력과 연결됩니다. 광고와 미디어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특정한 방향으로 정보를 해석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문식성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도 중·고등학교처럼 검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출판사 간 경쟁이 심화되었고 교과서의 내용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글보다 그림이나 사진, 도표 등의 시각 자료가 더욱 많아졌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변화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시각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학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들도 학교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 도표, 사진, 영상도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문해력 너머, 세상을 읽는 문식력’ 코너를 통해 연재를 시작합니다. 문식성은 단순한 독해력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힘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지 탐구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것입니다. 이 코너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제대로 읽어내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명자 칼럼리스트 lmajo2000@naver.com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뿐이다. 독서는 그 시작이다.” – Albert Ei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