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의 사부자기] 쉬운 말에 담긴 배려…’아카이브’는 ‘자료 곳간’

‘사부자기’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살짝’이라는 뜻을 가진 어찌씨 부사.

우리는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어려운 말을 할 때가 많다. ‘어리석은 백성을 어여삐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정신과는 동떨어진, 어려운 말들을 무심코 사용한다. 뉴스에서는 ‘도어 스테핑’, ‘패스트 트랙’, ‘마타도어’ 같은 말들을, 누리소통망(SNS)에서는 ‘벌크업’, ‘라이브 커머스’, ‘블랙 컨슈머’, ‘인플루언서’ 같은 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와바리’, ‘간지’와 같이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일본어도 많다. 그뿐 아니라 ‘계류’, ‘행락철’처럼 쉽게 뜻을 알기 어려운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뜻을 금방 알기 어려운 말 대신 쉬운 말을 사용하면 소통도 쉬워지지 않을까?

모든 말을 순우리말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불필요한 외래어나 어려운 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쉬운 말을 소개하려 한다.

자료를 보관하는 일은 지식을 축적하고 전승하는 데 기초가 된다. 따라서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는 오늘날 자료를 기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아카이브’는 오랜 세월 동안 보존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자료를 모아둔 보관 파일이나 그 파일의 집합을 뜻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방대한 양의 자료를 축적하여 공유하는 일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카이브는 ‘자료 곳간’ 또는 ‘자료 보관소’, ‘기록 보관’과 같은 쉬운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서현정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본부 국장과 세종국어문화원의 책임연구원은 공공언어의 우리말 표현 관련 연구와 교육 등을 담당한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어교육과 표현교육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 초등학교 수학·과학 교과용도서 검정심의회 연구위원, 서울특별시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국립국어원 국어 생활 자료를 정비하고 국어문화학교 온라인 ‘우리말 다듬기’ 분야 교재도 집필했다.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 공공언어 실태 조사, 국립국어원 어르신 국어문화 프로그램 위탁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생활 밀접 분야 쉬운 우리말 정비 사업 등 다양한 사업과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현정 세종국어문화원의 책임연구원 seohj@barunmal.com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뿐이다. 독서는 그 시작이다.” – Albert Ei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