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미 소설집 '오순정은 오늘도', 학이사, 2024

김양미 소설에 주목해야 할 이유

김양미 읽기

김양미의 『오순정은 오늘도』를 작년에 읽고 이제야 쓴다.

세 편의 연작소설과 네 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첫 소설집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를 읽을 때 모든 가능성을 생각했다.

뛰어넘든지, 평이한 일직선을 그리든지, 주저앉든지.

김양미 작가는 드물게 전작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인다.

문장은 더욱 치밀하고 단단해졌으며 작품의 가독성은 질주를 보인다.

세상사 서글픈 현실에 느닷없이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유쾌함도 건재하다.

평범한 가족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만난 지 두 번 만에 식욕보다 성욕이 앞서 바나나 껍질처럼 여자를 벗기는 남자와 나름 실속을 차리는 여자의 계산이 웃음을 깨물게 하지만 이들이 가진 것은 ‘가난’이다.

가족에 대한 의무감이 남다른 오순정과 선하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김종만, 그리고 그 집안의 맏딸 김하나가 각자 서술하는 「…는 오늘도」 연작은 상당한 수작이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무표정해진다.

작가는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쓰며 버스나 마트, 길거리 어디에서나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고 말한다. 멀리서 볼 것이 뭐 있겠는가.

거울 속 우리의 얼굴을 보면 된다.


하인리히 뵐의 소설 속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거리에서 초라한 아내가 꽃집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본 남편이 중얼거린다.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불행하다”

가난이란 사랑도 한탄하게 만들지 않는가.

작가 김양미의 가난은 한숨이 아니라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독자들에게 첫 작품으로만 남는 작가들이 있다.

후속작 제목을 기억하기는커녕 “그 작가 절필하지 않았어요?” 묻는 사람도 있다.

계속 글을 발표함에도 이런 말을 들으면 환장할 일이다.

작가에게 매 작품이 전작을 뛰어넘어야 하는 압박감은 절망에 가깝다.

소설가 김양미가 그걸 해냈다.

야구 선수들은 꿈의 타율이 3할이라고 한다.

타석에 나와서 안타를 칠 수 있는 확률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작가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양미 작가. 사진=김양미의 브런치스토리 제공)

무표정한 얼굴 뒤를 읽어내는 것

그리하여 인간성을 보여주는 것

작가의 할 일이다.

김양미를 주목해야 한다.

김미옥 diak@munhaknews.com

출처 : 문학뉴스(http://www.munhaknews.com)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뿐이다. 독서는 그 시작이다.” – Albert Ei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