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의 세계를 ‘양(陽)’이라하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의 세계를 ‘음(陰)’이라 한다. 이런 음과 양의 이치와 조화를 특정 암호처럼 고도로 은유하고 상징화하여 기술한 책이 주역이다.
易(역)의 핵심 사상은 양(陽)과 음(陰), 강(剛, 강함)과 유(柔, 부드러움), 건(乾, 하늘)과 곤(坤, 땅)이 서로 대립하고 서로 보완하며 삼라만상을 움직이게 하는 끝없는 우주의 순환 원리다.
실제로 현대과학으로 보면 138억년 전 빅뱅으로 하늘이 열리고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이 흘러 인간이 태어나 오늘에 이르렀다.
시간이 생기면서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시간(天)과 공간(地) 속에서 인간(人)이 겪게 되는 중요한 62가지의 상황을 음양의 이치에 따라 풀이하고 있다.
하늘, 땅, 인간의 3요소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작용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하여 3,000년 이전 주(周)나라 (BC 1111sus~256년) 시대에 쓰여진 역(易)이며, 경(經)이다.

이러한 역학적 사유의 세계에 함축된 열린 체계(시스템)는 복잡계 관점과 유사하다. 주역의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가치론은 복잡계의 이론에서 자기조직화의 과정과 창발적(emergent)의 방식에 바탕을 둔 확산원리(dissipating principle)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인식할 수 있는 단순계가 아니라 복잡계이다. 인식 사고의 과정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양자역학이 우주의 보편적 법칙으로 제시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게 되었다.
주역의 세계관은 공시성에서 양자역학 및 카오스이론, 그리고 복잡계라는 관점에서는 혼돈계, 태극-음양-사상으로 분화하는 관점에서는 자기조직하는 시스템과 유사하다.
복잡계(complex system)란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질서를 보이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계로써, 수많은 구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구성 요소 하나하나의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이다.
구성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상호 작용(interaction)을 주고받고 그 결과 구성 요소를 따로 따로 놓고 보았을 때의 특성과는 다른 거시적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발현된다. 뉴튼 역학에서는 한 행동이 하나의 결과를 갖지만, 복잡계에서는 주어진 원인이나 행동은 비선형성과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를 통해 여러 가지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에서 활발히 복잡계 연구가 되고 있다. 무질서하게만 보이는 정치, 사회, 경제 현상 등 물리적, 생물학적, 사회학적 대상을 구성 요소들의 관계가 시스템의 집합적 행동을 발생시키는 메커니즘과 시스템이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다.
복잡계 이론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나 법칙을 단순하게 해석하려는 기존의 분석적이고 분해적인 과학에 대한 도전으로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경제학, 컴퓨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복잡한 현상들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다.
복잡계 연구소로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와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 SFI)가 유명하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뮌헨에 본부와 독일 전역에 80여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는 물리·화학·생물·의학 등 기초과학 분야 세계적인 연구소로 그동안 모두 3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그야말로 노벨 사관학교다.
미국 산타페 연구소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머레이 겔만 (Murray Gell-Mann)과 필립 앤더슨 (Phillip Anderson),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 (Kenneth Arrow)가 1984년에 미국 뉴멕시코 주 샌타페이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실제로 주역으로 보는 미래예측은 시간의 문제다. 시공간적으로 제한된 삶을 사는 인간은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시간의 제한은 바로 인간에게 부여된 운명이다. 어쩌면 인간의 길흉은 시간과 불일치에서 비롯되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모습처럼 과거-현재-미래가 서로 물고 물리는 중첩과 얽힘의 시간을 통한 미래예측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주역은 인간의 길융화복을 묻는 단순한 점서를 뛰어 넘어 우주의 이치, 세상의 이치를 다루는 인간의 삶의 매뉴얼이다. 진리는 단순하다. 복잡하고 어렵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진리처럼 보일 뿐이다. 주역의 암호를 풀어 비밀의 문을 여는 사람은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며,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 암호를 풀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때로는 더욱 진리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주역은 난해하며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복잡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종종 비선형적이고 혼란스럽고 정확하게 모델링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그 중 한 가지 접근 방식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사용하여 복잡한 시스템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스템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다양한 조건에서 동작을 예측하는 것이 포함된다. 다양한 입력 및 매개변수로 시뮬레이션을 실행함으로써 시스템이 미래에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또 다른 접근 방식은 기계 학습과 같은 데이터 기반 방법을 사용해 복잡한 시스템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데이터의 패턴과 관계를 식별하고 이러한 패턴을 사용해 시스템의 향후 동작을 예측하는 작업이다.
세 번째 접근 방식은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과거 관찰과 현재 추세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이 접근 방식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통찰력과 경험을 통해 시스템이 미래에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추론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예측 방법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으며 예측하지 못한 사건은 시스템의 동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접근 방식을 조합해 사용하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새로운 정보를 사용할 수 있을 때 예측을 조정한다.
오늘날 급변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주역의 암호화 같이 상징화되고 숨겨진 진리를 현대과학의 복잡계 등 다양한 방법을 융합하고 통섭해 기업경영 비즈니스 리더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전략을 세우고 조직의 변화를 해석하는 유용한 도구로 풀고자 한다.
김들풀 주역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