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도출판사가 펴낸 미국 수도승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 표지)
[문학뉴스=백성원 기자] 미국 켄터키주 겟세마니 수도원의 트라피스트 수도승이자 작가, 신비가, 평화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토마스 머튼은 종교 간 대화와 일치에도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불교・그리스도교 대화’와 ‘수도승 종교 간 대화’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관상적 단계에서 아시아의 종교 전통과 대화를 도모한 공로가 큰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사제인 박재찬 신부(안셀모)가 쓴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분도출판사 펴냄, 2만5000원)은 토마스 머튼이 제시하는 관상의 영성과 더불어 종교 간 대화의 기본 원리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귀중한 인생 종교 서적이다.
“선(禪)과 그리스도교가 미래다!”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 머튼이 한 동료에게 남긴 이 말을 단초 삼아 새롭게 펼쳐 보이는 이 책은 바로 관상적 단계에서 아시아의 종교 전통과 대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토마스 머튼의 삶은 ‘관상 체험’들을 통한 자기변형의 여정이었다. ‘관상 체험’은 자신의 종교적 맥락에서 영적으로 성숙하게 했고, 다른 종교 전통인 선불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했다. 비록 그의 불교에 대한 지식은 한계가 있었으나, 실존적이고 경험적인 대화에 초점을 맞춘 불교와의 대화는 그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는 평가다.
불교와의 만남은 머튼에게 관상적 깨어남을 통해 인간 의식을 변형시키는 데 목표를 둔 동서양 수도생활의 공통된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왔다. 수도승 간의 ‘상호 친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수도승들은 불교 수도승들과 쉽게 대화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수도생활의 체험에 대한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동양과 서양의 수도승 간 대화가 서로에게 도전하고 또 이로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그의 ‘수도승적・관상적 대화’의 목표는 다양성 안에서 인류의 근원적 일치를 적극적으로 재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머튼에게 이 목표는 ‘참자아’의 발견으로부터 ‘우정 관계’ 그리고 ‘영적 친교’를 통한 ‘영적 가족’을 형성하는 것으로 진행됐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오늘날 동서양의 수도승들은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DIMMID)에서 마련한 다양한 수도원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머튼의 통찰력의 진가를 재발견하고 있다. 그의 선구적 유산들은 지속적인 ‘겟세마니 만남들’과 ‘수도승 간 영적 교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수행적・문화적 맥락에서 ‘종교 내 대화’를 통해 지속되고 있다. 그의 ‘종교 간 대화와 종교 내 대화’는 ‘수도승생활 내 대화’의 형태로 아시아의 고유한 상황에서 더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고유한 문화적・사회적・종교적 상황에서 ‘수도승 간 대화와 수도승생활 내 대화’를 위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불교의 이론과 실천이 머튼의 관상적 영성에 미친 영향과, 수도승 간 대화와 종교 간 대화에 머튼의 유산이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낸 공로로, 이 책은 지난 2019년 6월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ITMS)에서 최우수 도서로 선정되어 저자 박재찬 신부는 아시아인 최초로 ‘토마스 머튼 상’을 받기도 했다.
박신부는 “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도달한 이는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종교 전통에서 배우려고 하며, 상호 나눔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며 이는 토마스 머튼의 영성과 종교 간 대화에 관련된 책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머튼의 관상의 영성을 널리 보급하고, 모든 종교 간 대화의 기본 원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